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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있으면 아프고, 누우면 괜찮아요" — 이 증상의 정체
2026.02.19 조회 : 38

70대 중후반의 어르신 한 분이 아들과 함께 오셨습니다.
"원장님, 제가 누워 있을 때는 멀쩡합니다.
안아퍼요.
근데 일어나서 조금만 걸으면 다리가 터질 것 같아서 도저히 걷기가 힙듭니다."
어르신께 여쭤봤습니다.
"어르신, 마트에서 카트 밀면서 걸으면 어떠세요?"
"어? 그건 괜찮아요. 카트 밀면 한참을 걸어도 돼."
"자전거는요?"
"자전거도 무리없이 탈수있습니다..
근데 그냥 걸으면 5분도 못 가요."
여기서 답이 나왔습니다.
척추관협착증입니다.
왜 서 있으면 아프고, 누우면 괜찮을까요?
이게 협착증의 가장 큰 특징입니다.
척추 안에는 신경이 지나가는 통로가 있습니다.
이걸 '척추관'이라고 해요.
협착증은 이 통로가 좁아져서 신경이 눌리는 병입니다.
핵심은 자세에 따라 통로 넓이가 달라진다는 겁니다.
누우면: 척추에 하중이 안 실립니다. 통로가 넓어져요. 신경이 편해집니다. 안 아픕니다.
서면: 척추에 체중이 실립니다. 통로가 좁아져요. 신경이 눌립니다. 아픕니다.
허리 젖히면: 통로가 더 좁아집니다. 더 아픕니다.
허리 숙이면: 통로가 넓어집니다. 덜 아픕니다.
그래서 카트 밀면 괜찮은 겁니다.
카트를 밀면 자연스럽게 허리가 앞으로 숙여지거든요.
자전거도 마찬가지입니다.
앉아서 약간 숙인 자세니까 신경이 덜 눌려요.
"5분 걷고, 쉬고, 5분 걷고, 쉬고"
협착증 환자분들은 이렇게 걸으십니다.
조금 걸으면 다리가 저리고, 터질 것 같고, 힘이 빠집니다.
더 걸으려고 하면 다리가 말을 안 들어요.
그래서 멈춥니다.
쪼그려 앉거나, 벤치에 앉거나, 뭔가에 기대서 허리를 숙입니다.
신기하게도 2~3분 쉬면 괜찮아집니다.
그래서 다시 걷습니다. 그러다 또 아파서 멈춥니다.
이걸 '신경인성 파행'이라고 합니다.
협착증의 가장 대표적인 증상입니다.
처음에는 10분 걸을 수 있었는데, 점점 5분, 3분으로 줄어듭니다.
나중에는 집 앞 슈퍼도 못 가게 돼요.
아파트 단지 한 바퀴도 못 도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허리는 안 아픈데요?"
네, 그럴 수 있습니다.
협착증은 허리보다 다리가 더 아픈 경우가 많습니다.
엉덩이, 허벅지, 종아리가 저리고, 당기고, 터질 것 같습니다.
발바닥이 시리다고 하시는 분도 계세요.
그래서 "혈액순환이 안 되나?", "다리 혈관이 막혔나?" 하고
내과나 혈관외과부터 가시는 분들도 있습니다.
검사해보면 혈관은 멀쩡해요.
문제는 허리인데 다리가 아프니까 헷갈리시는 겁니다.
신경은 허리에서 시작해서 다리 끝까지 뻗어 있거든요.
허리에서 눌린 신경이 다리로 신호를 보내는 겁니다.
허리가 범인인데, 다리가 비명을 지르는 거죠.
디스크랑 뭐가 다른가요?
이 질문 정말 많이 받습니다.
디스크는 갑자기 생깁니다.
무거운 거 들다가, 허리 삐끗하면서. 젊은 분들도 많이 걸립니다.
그리고 허리 숙이면 더 아픕니다.
협착증은 서서히 옵니다.
오랜 세월에 걸쳐 척추관이 좁아지다가 어느 순간 증상이 나타납니다.
50~60대 이후에 많습니다.
그리고 허리 숙이면 오히려 편해집니다.
제일 쉬운 구별법이 있습니다.
• 허리 숙이면 더 아프다 → 디스크 가능성
• 허리 숙이면 편해진다 → 협착증 가능성
물론 둘 다 있는 경우도 많습니다.
MRI 찍어봐야 정확히 알 수 있어요.
왜 50~60대 이후에 생기는 건가요?
젊을 때는 척추관이 널널합니다.
신경이 편하게 지나다닙니다.
그런데 나이가 들면 여러 가지 변화가 생겨요.
• 디스크가 납작해지면서 뒤로 밀려나옵니다
• 척추 관절이 커집니다
• 인대가 두꺼워집니다
• 뼈에서 가시(골극)가 자랍니다
이런 것들이 조금씩 쌓이면서 신경 통로가 점점 좁아지는 겁니다.
수도관에 녹이 슬어서 물길이 좁아지는 것과 비슷해요.
60대 이상 분들의 허리 MRI를 찍어보면,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 협착이 있습니다.
다만 증상이 있는 분과 없는 분이 나뉘는 거죠.
무조건 수술해야 하나요?
아닙니다.
협착증이 있다고 다 수술하는 거 아닙니다.
수술은 마지막 카드입니다.
먼저 해볼 수 있는 치료들:
약물치료: 소염제, 신경통 약, 혈액순환 개선제. 통증을 줄이고 신경 기능을 돕습니다.
물리치료: 허리 근육을 풀어주고, 굳은 관절을 부드럽게 합니다.
주사치료: 신경 주변에 직접 소염제를 넣어서 염증을 가라앉힙니다.
좁아진 통로를 넓혀주지는 못하지만, 신경이 덜 붓고 덜 아프게 해줍니다.
운동치료: 복근과 허리 근육을 강화해서 척추를 안정시킵니다. 이게 생각보다 중요해요.
이런 치료들로 증상이 조절되면 수술 안 하고 지내실 수 있습니다.
실제로 그렇게 잘 지내시는 분들 많습니다.
그럼 수술은 언제 하나요?
이럴 때 수술을 고려합니다.
• 3~6개월 치료해도 나아지지 않을 때
• 걸을 수 있는 거리가 너무 짧아져서 생활이 안 될 때
• 다리에 힘이 빠질 때
• 대소변 조절이 안 될 때 (이건 응급입니다)
특히 "걸을 수 있는 거리"가 중요합니다.
처음에 10분 걸을 수 있었는데, 치료해도 계속 줄어서 3분도 못 걷게 된다면.
집 안에서만 지내게 되고, 외출을 못 하게 되고, 삶의 질이 확 떨어진다면.
그때는 수술을 생각해봐야 합니다.
누워 있으면 괜찮다고 계속 누워만 있을 수는 없잖아요.
사람은 걸어야 삽니다.
수술하면 어떻게 되나요?
수술 목적은 간단합니다. 좁아진 통로를 넓혀주는 것.
이걸 '감압술'이라고 합니다.
두꺼워진 인대, 커진 관절,
튀어나온 뼈를 깎아내서 신경이 지나갈 공간을 만들어줍니다.
예전에는 크게 절개했는데, 요즘은 양방향 척추내시경으로
1cm 구멍 두 개만 내고 할 수 있습니다.
내시경 카메라로 보면서 좁아진 부분만 정확하게 깎아냅니다.
수술 다음 날부터 걸을 수 있고, 2~3일이면 퇴원합니다.
물론 모든 분께 내시경이 맞는 건 아니에요.
척추가 불안정하거나 여러 마디에 문제가 있으면 기존 방식이 나을 수도 있습니다.
수술 방법은 MRI 보고 판단합니다.
이런 분들, 한번 확인해 보세요
• 조금만 걸으면 다리가 저리고 터질 것 같다
• 쉬었다 가면 괜찮아지는데, 또 걸으면 아프다
• 허리 숙이거나 쪼그려 앉으면 편하다
• 카트 밀거나 자전거 타면 괜찮다
• 누워 있으면 멀쩡한데, 서 있으면 아프다
이 중 3개 이상 해당되시면 협착증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나이 들면 다 그런 거지" 하고 넘기지 마세요.
치료하면 좋아질 수 있습니다. 다시 걸을 수 있습니다.
손주 손잡고 공원 산책할 수 있습니다.
X-ray랑 MRI 찍으면 얼마나 좁아졌는지 바로 보입니다.
상태를 알아야 대책을 세울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협착증은 무서운 병이 아닙니다. 관리하면 되는 병입니다.
좁아진 척추관을 다시 넓힐 수는 없지만,
증상을 조절하면서 일상생활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그게 안 되면 그때 수술을 생각하면 됩니다.
"서 있으면 아프고, 누우면 괜찮다"
이 증상이 있으시면 한번 확인해 보세요.
협착증은 빨리 알수록 관리하기 쉽습니다.
감사합니다.
서울에이스병원 척추센터 이덕구 대표원장